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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너,, 사춘기가 온거니?

by 행복한쏭쏭 2024. 1. 23.

윤아. 너 사춘기가 온거니? 그런거니?

엄마의 그냥 하는 잔소리에도 눈빛이 이글이글 온몸을 부들부들 주먹을 꽉쥐는 모습이 예사롭지않구나.

그래봤자 너 지금 만 11세 아니니? 어디 갱년기 다가오는 아줌마에게 덤빌 생각을 하는거니.

너에게 절대 안지려고 내가 헬스를 열심히 하는거야. 엄마 우습게 보지마.

문 쾅닫고 들어가면 문짝 다 뜯어버릴거야.

밥안먹는다고 시위하면 안주지 뭐 몇끼 굶는다고 쓰러지겠니?

 

아. 저는 저정도는 아닐꺼라 생각합니다만,                                        아이의 눈에는 저렇게 보일지도.....

 

 

얼마전. 엄청바쁜날이었습니다.

오늘의 스케줄은 도서관+복지관점심+은행,장보기+4시수영+6시반시윤농구+8시상윤농구

그냥 아침10시부터 밤 10시까지 꽉 차있었어요.

일찍 집을 나서 도서관에서 오전에 오늘 학습마무리, 점심을 복지관에서 먹고 아이들 도서관에서 책보는 사이에 엄마는 은행에서 볼일보고 장을 본다음 4시에 아이들 픽업해서 수영수업을 갔다가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시윤이 농구6시30분, 상윤농구 8시 보내며 하루를 마감할 예정이었어요. 지극히 빡센 J입니다.

겨울방학에 딱히 밖을 나갈일이 없던  우리집 사춘기 소년이 힘들었나봅니다.

엄마도 당연히 그정도 눈치는 있기에 학습량을 줄여주고, 보고싶어 하는 책을 더 볼수있게 하고(책이아니라 그냥 공부가 하기싫어서 들고앉을것일수도..), 좋아하는 넷플릭스 하이큐 시청시간도 늘려 줬더랬지요.

그러나,, 풀어주면 감사하게 생각하진 못 할지언정, 점점 고삐가 풀려가며 아에 학습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사건당일. 도서관에가서는 이번주 밀려있던 6-1수학 3장, 6-2수학 2장을 할 예정이었어요. 절대 많은 학습량을 들이밀지않습니다. 하루에 두장정도?

아침에 교재를 챙기면서 수학만 하면 힘들 것 같아 수학을 좀 줄이고, 영어 독해지문을 5개만 하면 어떻겠냐고 가방에 영어교재를 하나 더 넣었더니 거기서 사단이 났어요.

 

-수학만 하기로했는데 왜 영어까지 챙기냐.

-아니~ 수학만 하면 힘드니까 수학을 줄이고 대신 영어 지문 5개만 하자.

-수학만 줄여주면 되지않냐. 영어는 안하기로 했잖아.

-그럼 원래 있던 수학을 다해야지 그게 어제 약속이었잖니

-영어교재는 빼. 그리고 수학 너무 많아 줄여줘.

 

여기서 저도 못참고 하기싫음 하지마! 시전.

이게 니 공부지 내 공부냐. 다른 애들은 학원다니며 양치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너는 이것도 못해내서 어떻게 하려고 하냐.  너가 다른친구들 학원다니는거 보면서 숙제 많아 가기싫다고 했으면서 집에서 그 반도 못하면 어떻게 해. 너이제 6학년이야 정신차려 다다다다다다!!!!

 

아이는 이제 질색팔색을 하며 그렁그렁한 눈에 쥐먹 쥔 손이 부들부들떨립니다. 

 

-가면되잖아! 학원 갈게! 학원가면되는거아니야!!

-뭐라고? 이놈새끼가! 지금 그게 할말이야?

 

참지못한 엄마는 효자손을 찾아와 겁을줍니다.  (얼마전 등짝 한번 때렸더니 가정폭력으로 신고한다는 소리에 요즘은 많이 자중합니다.ㅋㅋ) 이놈이 이제는 좀 컸다고 효자손을 딱 잡아채며

 

-그만 좀 해! 때리지 마!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뭐라고? 내가 어떻게 했는데! 내가 뭘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불고 매트리스를 쾅쾅 내리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힘이 탁 풀렸어요.

아. 내가 얘를 데리고 뭘 어떻게 하고싶길래 자꾸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는건가. 

애를 못살게 굴면서 나자신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

 

-윤이 어떻게 하고싶은거야. 하기싫어?

-어. 다 하기싫어. 다 싫어. 공부 너무 싫어. 

-그럼 뭐하고 싶은데? 

-몰라.

-하고싶은게 뭔지 모를수록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잖아.

-그래도 싫어.

-알겠어 그럼. 안해도 되. 엄마도 이제 더이상 스트레스 안줄테니까 너 하고싶은대로 하고, 우리는 왜 뭘위해서 서로 예쁜말만 하고 사랑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맨날 이렇게 부딪치고 상처주고 싸우게 되는거야? 공부말고는 얼마나 즐거운 가족인데 요즘 너 사춘기가 슬슬 오는것 같아 엄마도 조율한다고 했는데 너가 이렇게 힘들어하니 나도 이제 안하고 싶어.

너가 널위한 공부를 해야하는데, 니 공부를 엄마가 주인이 되어 스케줄을 짜고 거기에 너보고 따라오게해서 미안.

이제 너가 공부 하고싶으면 하고 안하고싶으면 안해도되고, 이제까지 같이 공부한 시간이 아깝긴하지만, 앞으로 대학생 되기전 7년을 이렇게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것보다 스트레스안받고 각자 행복한게 제일 좋을것같아. 

엄마는 지금 시간이 없어서 나가봐야하거든 그럼 너 오늘 알아서 잘 놀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와~ 사춘기가 오긴왔나봐요. 이정도 이야기하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포기한다 생각하는지, 울면서 잘못했다고 하던가 아님 알았어 공부할게. 라던가 그럼 게임시간을 좀 늘려줘 라던가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나올줄 알았어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구요. 근데 이제는 아니예요~

말을 안해요 ㅋㅋㅋ 아놔~ 

그럼 너 오늘 알아서 잘놀아~ 하며 나왔는데, 연락이 없어요!!!

사실 혹시 연락올까 둘째 데리고 주차장에서 잠깐 대기했거든요? 

카톡으로 식탁위에 만원 올려놨으니 알아서 점심먹어~ 하면서 제가 먼저 카톡도 했단 말이예요!!

읽씹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부글부글 속이 끓지만 시간에 쫓겨 그냥 출발했어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시간이 지나니 너무 걱정이 되는거예요~ 

그와중에 둘째는 

-형아는 왜 안가?

-형아 이제 공부안한대. 너도 안하고싶으면 빨리 이야기해 엄마 안힘들게.

-형아 왜저러는거야? 나는 안그러지~

 

이러고 있어요 ㅋㅋ 역시 첫째 둘째는 성향이 완전 반대예요~ 둘째가 혼나면 첫째는 어쩔줄 몰라 동생 감싸기 바쁜데, 둘째는 형은 형이고 자기는 자기인가봐요~

 

점심쯤 도서관에있으니 전화가와요.

안받았어요.

전화가 또와요.

못이기는척하며 받았어요.

-엄마 나 라면 끓여먹으려는데 전원이 안들어와.

-????

-엄마?

 

넌,, 아무렇지 않구나......

 

-전원버튼 꾹 누르면 불들어올거야. 

-알겠어.

 

나만 속이 상하지, 본인은 혼자 너무 잘즐기고있나봐요~

첫째는 분리불안이있어서 2학년까지도 엄마 잠깐 쓰레기버리러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했거든요? 

근데 요놈이 진짜 다컸네요. 혼자 너무 잘있어요. 세상에 유투브를 3시간 게임을 3시간했어요 ㅋㅋㅋㅋ

항상 시간 지켜가며 하게했는데,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었어요.

 

아이들을 먼저 키운 언니들에게 카톡으로 넋두리를 해요~

-이러이러했다. 너무 화가난다.

-야. 다 필요없어. 학원도 보내지말고, 그 돈으로 너 인생살아. 지가 하겠다고 해야지 엄마욕심에 시키면 지들이 엄마위해 해주는 줄 알고 더 생색내더라. 하기싫다면 시키지말어~ 

 

하아... 사춘기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이게 사춘기가 아니래요 ㅋㅋㅋ 그냥 시작했다 생각하면 된답니다.

저녁에 또 카톡이 와요. 자기 농구학원 차량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네요~

나도 모른다고 니 알아서 가라고 했어요. 

 

집에 오니 패드로 뭘 하고있다가 탁 덮어요~

-야. 뭘 덮어~ 니 하던거 계속해~ 어짜피 니 인생이야.

-엄마 그래도 나 뭐 조금은 했어~

-니가 하고싶으면 하는거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는거니까 이제 나한테 그런 이야기 안해도 된단다.

 핸드폰이랑 패드랑 시간제한 걸어놓은거 다 풀어 놨으니까 너 하고싶은 대로 놀고 게임깔고 해~

 

갑자기 무릎을 꿇어요. 잉?

 

-엄마 잘못했어. 오늘 놀면서도 계속 불안했어. 나 포기하지마~ 나 공부할게!! 엄마가 시키는대로 다할게

-아니? 난 이제 너 공부 안 시켜~ 니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야. 니 공부하면 니가 좋지 엄마 주는거니? 

-그래도 나는 엄마가 필요해~~ 엄마 진짜 잘못했어. 한번만 기회를 줘.

-엄마도 이제까지 잘못했어. 너를 너무 수동적으로 키웠나봐~ 기회를 준다는 말도 너무 웃기고 그냥 이제 너가 알아서해~

  니가 공부해보고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수는 있는데, 절대 이제는 엄마가 스케줄짜고 공부하라고 하고 그렇게는 안하고싶어.

-엄마 진짜 미안해

- 어~ 나도 너무 미안해. 

 

그리고 그 길로 아이방에서 나와버렸어요.

아이는 엉엉 울더라구요~  아~~ 그래도 아직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어요. 

 

다음날 어떻게 되었게요? 어제 자기전에 스케줄을 짜놨더라구요. 그리고 시간 맞춰 본인이 공부해요.

물론 어설프기 짝이없지만, 한판 난리를 부렸더니 그래도 스스로 조금은 하려는 의지가 생긴것같아 좋았어요.

당분간은 그냥 아이가 하고싶은대로 둬보려 해요. 본인이 짠 스케줄에 채점정도 해주고 모르는문제 있다면 도와주는 정도로요~ 앞으로 갈길이 아주아주 멀겠지만, 그래도 부딪치며 조율하며 잘 지내봐야죠~ 

 

그런데,, 아직 방학이 너무너무 많아 남았네요 아하하하~~

돌밥돌밥 인생이여~ 그래도 내새끼 먹이는건데 엄마도 최선을 다해봐야죠!!

이번 겨울방학은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길 바라며!!!